김명립 빌릭스 대표

“세계 최초로 합성 빌리루빈으로 신약을 선보이겠습니다.”
김명립 빌릭스 대표는 20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5 한경바이오인사이트포럼’에서 빌리루빈 나노입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허혈 재관류 손상(IRI) 및 신장 손상 치료제를 개발해 국내에서만 2000억원 규모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계획이다.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파괴됐을 때 나오는 색소다. 황달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김 대표는 “빌리루빈은 강력한 항산화제이면서 면역조절제로 항염증 기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빌리루빈의 항염증기능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1938년엔 류머티즘 환자가 황달에 걸리자 관절염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영국인 4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추적조사 결과에서 빌리루빈 수치가 높으면 폐암 발병률이 낮아지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빌리루빈을 약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이전까지 없었다. 김 대표는 “빌리루빈은 극소수성 물질로 물에 녹지 않아 이전까지 약으로 만들지 못했다”며 “빌릭스는 나노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빌릭스의 선도후보물질 ‘브릭셀’은 빌리루빈을 300개 조각으로 나누고 친수성 고분자물질(PEG)을 붙인 형태다. PEG 덕분에 물에 용해도가 기존 빌리루빈 대비 10만배가 증가했다. 체내 반감기도 늘었다. 천연 빌리루빈는 우리몸에서 20분이면 절반이 분해돼 사라지지만 브릭셀의 반감기는 80시간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체내에서 적절하게 농도가 유지돼야 약으로 쓰기 좋고, 반감기가 너무 짧으면 약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빌릭스는 브릭셀의 임상 적응증으로 개흉수술 후 급성 신장손상(CSA-AKI)을 선정했다. 심장 수술 중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한 뒤 다시 공급될 때 활성산소(ROS)가 과다생성되면서 신장세포가 손상되고 염증이 유발되는 것이 발생 기전이다. 개흉수술 환자 중 30~50% 환자에서 신장 기능 저하가 나타나며 심한 경우 투석으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빌리루빈은 탁월한 항산화제로 ROS 제거에 적합한 물질”이라며 “실제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률을 보면 빌리루빈 혈중 농도와 생존기간이 비례했다”고 했다.
이어 동물실험에서 허혈 재관류손상이 발생한 쥐에게 브릭셀을 주자 신장 손상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빌릭스는 지난해 브릭셀의 임상 1상을 마쳤으며 올해 상반기 중 임상 2a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누적 투자액은 286억원이며 현재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임상 2a상을 마치고 결과를 받으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기술이전(LO) 논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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