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와 면역조절 기능 가진 빌리루빈 약제화 성공 가능성 조명
반감기 짧고 물에 녹지 않는 빌리루빈 난제 푼 빌릭스 집중 소개
빌릭스 “세계 최초 빌리루빈 합성 성공…하반기 1상 진입 예정”

[팜뉴스=이권구 기자]  세계 최고 권위 과학저널  중 하나인 Science(사이언스)가 인체 유래 항산화 물질인 ‘빌리루빈’이 의약품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다루면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빌릭스(대표이사 김명립)를 집중 조명했다.

사이언스는 지난 8일 빌리루빈 연구 실패와 성공을 다룬 기사를 게재하고 빌리루빈 약제화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 바이오벤처기업인 빌릭스를 지목했다. 사이언스가 특정 기업 기술을 조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빌릭스와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생성된 빌리루빈은 일종의 대사성 폐기물로만 알려져 왔다가,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강력한 항산화와 면역조절 기능을 갖고 있어 질병 치료에 유익한 물질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빌리루빈의 항산화와 면역조절 기능은 다양한 염증 및 대사 질환 발병률과도 높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많은 역학조사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일반인 중에서도 유전적으로 빌리루빈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장병, 염증성 장질환, 당뇨병, 암 등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Laura Horsfall 교수와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377,000명 이상 일반인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높게 나오는 유전자를 지닌 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17% 낮았고 흡연자 경우 이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는 논문을 2020년 발표했다.

켄터키 대학 Terry Hinds 교수와 미시시피 대학  David Stec 교수는 빌리루빈이 체내 호르몬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들은 2016년 발표한 논문에서 빌리루빈이 PPAR alpha 라는 수용체 물질을 조절해 비만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생화학자인 스탠포드 대학 David Stevenson 교수도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빌리루빈 효력을 강조했다.

빌리루빈 치료 효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Mayo Clinic에서 류마티즘을 치료하던 Phillip Hench 교수다.

환자들에게서 황달이 발생하면 류마티즘이 치료되는 것을 관찰한 이후 빌리루빈을 투여한 첫 임상결과를 1938년 ‘The 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Hench 교수는 임상실험에 비록 실패했으나 빌리루빈이 언젠가는 약제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The British Medical Journal, Vol. 2, No. 4050 (Aug. 20, 1938), pp. 394-398). Hench 교수는 치료제 연구를 지속하다가 스테로이드를 발견하게 됐고 1950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사이언스는  Hench 교수와 더불어 많은 과학자들과 임상의들이 빌리루빈을 약제화 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실패한 이유는 빌리루빈의 물에 녹지 않은 성질과 짧은 반감기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이언스는 빌리루빈 의약품 개발 난관을 극복한 카이스트 대학 전상용 교수를 소개했다. 전상용 교수는 빌리루빈에 수용성 복합체를 접합시켜  빌리루빈을 수용성 나노입자화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이언스는  빌릭스 기술이 의약품 허가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동안 연구개발용으로 사용했던 빌리루빈은 돼지 등 동물에서 유래한 물질이어서 인체용 의약품으로 승인 받기가 어려웠다. 반면 빌릭스는 세계 최초로 빌리루빈을 화학적으로 전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또 사이언스는 빌릭스가 개발한 빌리루빈 나노입자는 늘어난 반감기, 물에 잘 녹는 친수성을 갖춰 높은 효력 및 낮은 독성 데이터를 확보해 빌리루빈이 약제화 되기 위한 난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빌릭스는 올해 해외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다.

김명립 빌릭스 대표는 “ 스테로이드는 독성이 강해 장기간 사용이 안되는 단점이 있는 반면 빌릭스가 개발한 빌리루빈 나노입자는 유효농도보다 매우 높은 용량에서도 동물에서 심각한 독성이 나타나지 않은 약물”이라고 사이언스와 인터뷰를 회고하며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이언스 보도는 빌리루빈 약제화에 대한 과학자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지난 85년간 수많은 연구논문들을 통해 빌리루빈 기전과 효능이 입증된데다 빌릭스가 임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빌릭스는 김명립 대표와 전상용 카이스트 교수가 2018년 10월 공동 창업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22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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