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5주년 특집 ‘카이스트 제약바이오 10대 유망기술’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연구팀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빌리루빈(bilirubin)’은 Heme 최종 대사물로 황달유발물질로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간접적인 간담도 질환의 증거로 인식돼 백해무익한 물질로만 여겨졌 왔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발표된 여러 연구들을 통해 기존 인식과 반대로 빌리루빈은 체내에서 탁월한 항산화제로 기능해 세포나 조직을 산화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면역조절기작이 뛰어나 천연 항염증제로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며 재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빌리루빈의 항산화 및 항염증 효능에도 불구하고 물에 전혀 녹지 않는다는 단점과 농도가 높을 시 독성을 일부 유발할 수 있다는 양면성으로 임상적용이 어려웠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실에서는 빌리루빈에 친수성 고분자인 PEG를 공유 결합시킨 페길화된 빌리루빈(PEG-bilirbuin)을 합성해 수용액에서 자기조립 빌리루빈 나노입자를 형성하도록 했고,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된 빌리루빈 나노입자는 혈중을 돌아다니다가 투과도와 활성산소 농도가 높은 염증 조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됨을 확인했다. 나아가 염증조직 내 존재하는 과다생성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빌리루빈 자체가 갖고 있는 우수한 항염증 효능을 통해 급성 대장염 동물모델에서 탁월한 염증치료 효능을 보여주었다.
빌리루빈이 갖는 단점은 해결하고 항산화ㆍ항염증 장점만을 살린 ‘PEGylated bilirubin’에 기반한 빌리루빈 나노메디신 원천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하여 특허출원을 통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 또 페길화 빌리루빈 나노메디신 원천기술을 다양한 난치성 염증질환 동물모델에 적용해 약효의 우수성을 보여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편으로, 약물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암 특이적 약물전달시스템 개발이 필수적이다. 약물전달체 자체가 독성이 없으면서 약효를 갖고 있다면 더 이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페길화 빌리루빈 나노입자는 이상적인 약물전달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에서는 페길화 빌리루빈 나노입자가 높은 농도 활성산소나 장파장 빛에 노출됐을 때 입자가 와해되는 특성을 이용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자극감응형 약물전달체(drug delivery system)로서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보여주었다. 실제 인간 암 동물모델에서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을 선적한 페길화 빌리루빈 나노입자가 암 조직에 효과적으로 항암제를 전달해 암을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결론적으로, 페길화 빌리루빈 나노메디신은 다양한 난치성 염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만능 염증 치료제가 될 수 있으며,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약물전달시스템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현재 페길화 빌리루빈 나노메디신을 이용한 대표적인 응용은 i) 페길화 빌리루빈을 이용한 난치성 염증질환 치료제 개발 (염증성 대장질환, 허혈성 간질환, 천식, 췌장소도세포 이식, 동맥경화, 장기이식, 뇌졸증, 류마티스 관절염, 심근경색 등에 적용), ii) 페길화 빌리루빈을 이용한 종양미세환경 표적형 약물전달시스템 개발, iii) 페길화 빌리루빈을 이용한 ‘활성산소 감응형’ 의료영상용 나노메디신 개발, iv) 페길화 빌리루빈을 이용한 나노바이오 센서 개발 등이 있다.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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