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립 빌릭스 대표 인터뷰

빌리루빈, 활성산소 제거
심혈관 등 치료 효과 탁월
물에 안녹는 성질이 한계

친수물질 ‘PEG’ 넣어 해결
연내 전임상·내년 美 1상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물질인 ‘빌리루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질병 치료제로 만들겠다.”

지난주 경기 용인시 소재 본사에서 만난 신약 개발 바이오 업체 빌릭스의 김명립 대표는 “1987년 이후 2만건이 넘는 논문을 통해 빌리루빈이 여러 가지 질병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 때문에 빌리루빈을 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고 밝혔다. 돼지 혈액에서 추출하는 성분인 빌리루빈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물질로, 면역체계 조절·항염 효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활성산소는 체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으면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해 노화나 동맥경화, 암 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이처럼 빌리루빈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혈관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아 왔지만 약제화되지 못한 것은 ‘극소수성'(물에 녹지 않는 특징) 때문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 때문에 약으로 만들어 인체에 투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물에 녹지 않는 빌리루빈 문제를 전상용 KAIST 교수가 해결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전 교수가 빌리루빈에 친수성 고분자 ‘폴리에틸렌 글리콜(PEG)’을 결합시킨 것이 ‘페길화된 빌리루빈’인데, 이 물질은 물에 쉽게 용해되기 때문에 약으로 만들어 인체에 투여할 수 있다. 전 교수는 페길화된 빌리루빈이 과다 생성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항염증 효과가 있다는 점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2018년 창업에 나선 김 대표는 “창업을 위해 국내외에 있던 200~300개 정도의 기술을 검토했는데, 가장 상업화·기술화하기 좋고 잠재력이 큰 것이 전 교수가 개발한 기술이라고 판단해 공동으로 빌릭스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빌릭스는 항염 효과가 있는 빌리루빈의 특성을 이용해 페길화된 빌리루빈을 항염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혈액 속에 페길화된 빌리루빈을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해 염증을 없애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연내 급성 염증 치료제로 전임상시험을 실시하고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미국에서 임상 1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빌릭스는 빌리루빈이 PEG와 결합 후 공 모양 나노입자로 변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 물질을 토대로 한 표적형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나노입자 내부에 항암제를 탑재시킬 수 있다”며 “암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나노입자를 와해시킬 때 나노입자 내부에 탑재한 항암제를 방출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빌릭스는 나노입자 내부에 암 조영제를 넣어 종양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영제가 암세포에 도달한다는 건 항암제도 암세포를 찾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빌릭스가 개발한 약물전달시스템 등에 대한 기술이전이 1~2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23년 중반까지 최소 3000억원대 이상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024년 말에는 1조원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해 상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박윤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