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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이 없으면 신약도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허혈성재관류손상 치료라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을 해야하며, 빌릭스는 기술적으로 준비돼있다.”

국내제약바이오 기업에게 세계 최초(First-in-class) 치료제 개발은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First-in-class 치료제 개발은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전략 그리고 자본 등 여러 요소가 뒷받침 돼야 이룰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바이오벤처기업이 다양한 물질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을 공략 중이다. 그 중 김명립 대표가 이끄는 빌릭스 역시 빌리루빈 약제화를 통해 ‘허혈성재관류손상’ 영역에서 First-in-class 치료제 개발을 노리고 있다.

빌릭스가 연 빌리루빈 약제화 길…’허혈성재관류손상’ 정조준

지난 2018년 10월 설립된 빌릭스는 오랫동안 약제화 시도가 이뤄졌던 빌리루빈(Bilirubin)을 기반으로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빌리루빈은 1930년대부터 항염증 물질로 주목받았지만, 물에 녹지 않는 특성으로 약제화에 어려움이 컸던 물질이다. 하지만 빌릭스가 설립자 중 한 명인 전상용 카이스트 교수가 전 세계 처음으로 페길화(PEGylation) 작용을 거쳐서 빌리루빈을 물에 녹일 수 있도록 수용화시켰다. 이는 곧 빌릭스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핵심은 수용화 된 빌리루빈을 나노입자(Nanoparticle)로 만드는 것이다. 직경 30나노미터에 빌리루빈 300개가 들어가고 이 나노입자를 만드는 공정을 통해 치료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김명립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 교수의 기술에 끌렸던 이유에 대해 “콘셉트는 단순하지만 뒷부분의 공정만 해결해 합성시킬 수 있다면 독자적인 신약 개발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명립 빌릭스 대표(사진=황병우 기자)


그는 이어 “빌리루빈을 페길화시켜 설탕과 소금 다음으로 잘 녹는 2등급 용해도 물질로 구성할 수 있게 됐으며 체내 반감기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면서 “많은 과학자가 시도했지만 실패한 합성 빌리루빈을 약제화 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빌릭스는 ‘허혈성재관류손상’ 치료제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허혈성재관류손상은 장기이식, 관상동맥 우회술에 의한 급성 신장 손상, 심근경색, 뇌졸중 등에서 발생한다. 질환의 기전은 밝혀져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분야다.

김 대표는 “현재는 사이토카인 분비를 멎게 하는 항체를 쓰거나 질환 뒷부분에 회복개념의 치료를 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치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허혈성재관류손상은 장기내부에 급격하게 오르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며 빌릭스의 기술은 이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 타겟 불가피…호주 발판 미국 노린다

빌릭스는 허혈성재관류손상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BX-001N(제품명 브릭셀)’의 호주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호주에서 진행될 1상은 약 1년 정도 소요될 예정으로 이후 임상 2상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허가를 통해 미국 신장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약 2년간 진행할 계획이다.

빌릭스는 선제적으로 신장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후 전체장기이식, 전체 허혈성재관류손상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는 글로벌 기준 최대 60조원의 시장이다.

다만, 국내시장으로 한정할 경우 시장 규모는 매우 작아진다. 2021년 기준 한국에서 1년에 약 4000명의 환자가 고형장기이식을 받고 있고, 신장이식으로 한정한다면 환자군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시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2020년 기준 2만2000 건 이상의 장기 이식이 이뤄졌으며, 이중 60%가 시장이식이었다. 장기이식 건당 5억원 이상으로 이식 이후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는 게 빌릭스의 설명이다.  

현재 빌릭스는 신장이식 적응증의 시장 크기를 1조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초기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고려한 임상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김명립 빌릭스 대표(사진=황병우 기자)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미국 임상을 해야 하므로 호주를 선택했고 자금적인 요소로 무시할 수 없었다”며 “1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으로 확대,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해 김 대표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경험’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SK텔레콤 체외진단사업본부 본부장, 나노엔텍 대표이사, 유틸렉스 연구소장 겸 사업총괄 등 굵직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는 “빌릭스의 대표로서 가진 강점이 있다면 여러 기업에서 쌓은 다양한 실패와 성공에 대한 경험치”라며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의 프로세스를 직접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실패 요인과 성공 요인을 잘 구분할 수 있고 오랜 외국 생활 역시 글로벌 진출에 장점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빌릭스의 지향점은 ‘신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장기적으로 여러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유수의 기업이 찾아올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빌릭스는 23년 9월 DS자산운용, 대교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31억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했으며, 추가로 70억을 모집 중이다. 빌릭스는 임상 2상 중간 결과 발표 목표 시점인 2025년 말을 상장 시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병우 기자  tua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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